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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민사 일반] 교통사고 후유장애, 언제부터 ‘시효’가 진행하는지?– 대법원 2019. 7. 25. 선고 2016다1687 판결 [손해배상(자)]2025-11-14 10:34
작성자 Level 10

교통사고나 의료사고를 당한 뒤, 처음에는 “조금 지켜보자”는 이야기만 듣다가 수년이 지나서야 심각한 후유장애가 드러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럴 때 가해자나 보험사 측에서는 거의 항상 이렇게 말합니다.

“사고 난 지 벌써 10년 넘었습니다. 시효 지났어요.”

과연 그럴까요?

이번에 살펴볼 대법원 2019. 7. 25. 선고 2016다1687 판결은 어린이 교통사고 후유장애 사건에서,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언제부터 시작되는지를 자세히 다룬 판결입니다.


1️⃣ 사건의 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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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쟁점 –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은 언제인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는 민법 제766조 제1항에 따라,

①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

② 불법행위를 한 날로부터 10년이 지나면 소멸합니다.


일반적인 교통사고라고 한다면,

“사고 난 날 = 불법행위가 있었던 날”,

“사고 이후 어느 정도 치료를 받으면서 가해자와 손해를 안 날 = 대략 사고 무렵” 으로 보는 것이 자연스러워 보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사고 이후에 ‘후유장애’입니다.

사고 당시에는 장기적인 장애가 언제,어떻게, 어느 정도로 나타날지 알기 어렵습니다.

성장·발육에 따라 증상이 좋아질 수도, 심각하게 악화될 수도 있는데, 특히 뇌손상·성장판 손상·치매·인지장애와 같이 일정 연령이 되어야 정확한 진단이 가능한 경우가 많습니다.


대상 판결에서는 다음 쟁점이 문제되었습니다.

“15개월 때 사고가 난 시점에 이미 ‘손해를 안 것’으로 보아

그때부터 3년의 시효가 진행한다고 볼 수 있는가?”

vs

“6세 때 처음으로 구체적 장애 진단이 내려진 시점부터

손해를 안 것으로 보아야 하는가?”


대법원은 후자로 보아 피해자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3️⃣ 대법원의 판단 – “잠재적 손해”가 아니라, 현실화된 손해를 기준으로


대법원은 먼저 다음과 같은 법리를 재확인합니다.



“가해행위와 현실적인 손해 발생 사이에 시간적 간격이 있는 경우,

소멸시효 기산점이 되는 ‘불법행위를 안 날’은

단지 잠재적 손해를 관념적으로 인식한 때가 아니라,

그 손해가 현실화된 것을 안 날을 의미한다.”


그리고, 신체에 대한 가해행위 후 상당 기간 치료가 계속되는 과정에서 증상이 서서히 드러나는 사안의 경우, 담당 의사의 최종 진단, 법원의 신체감정 결과 등이 나오기도 전 단계에서

"법원은 피해자가 담당의사의 최종 진단이나 법원의 감정 결과가 나오기 전에 손해가 현실화된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인정하는데 매우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였습니다.


특히, 피해자가 어린 나이로 성장·발육이 한창인 시기였거나, 최초 손상 부위가 뇌·성장판처럼 성장에 따라 호전 가능성이 있는 부위이거나, 치매·인지장애처럼 일정 연령에 도달한 후 전문가의 도움으로만 정확한 진단이 가능한 경우에는 더욱더 신중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였습니다.


4️⃣ 세 가지 축에서 본 ‘피해자 보호’ – 기판력, 합의, 시효


대법원은 후유장애와 관련하여 다음 세 가지 측면에서 피해자를 보호해왔습니다.


▶ 기판력 측면

처음 소송에서는 예측하지 못했던 새로운 손해가 뒤늦게 발생했다면, 추가로 소를 제기할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 합의의 범위 해석

“그땐 이 정도인 줄 알고 합의했는데, 나중에 전혀 예상 못 한 심각한 후유장애가 드러났다”면 추가 청구의 길을 열어둔 것입니다.


▶ 손해를 안 시점


지금껏, 대법원은 세 가지 측면에서 일관되게 피해자 보호를 선택해 왔습니다.

이번 2016다1687 판결은 바로 이 기존 법리의 연장선에서, 어린이 교통사고 후유장애에 관해

“손해가 현실화된 시점”을 기준으로 시효를 보아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 번 확인한 것입니다.


5️⃣ 실무적 시사점 – “예전 사고라서 시효 지났다”는 말, 확인이 필요합니다.


이번 판결과 관련 판례들을 종합하면, 실무적으로 다음과 같은 정리가 가능합니다.


✅ 1. 성장기·뇌손상·인지장애 사건에서는 시효 기산점이 뒤로 밀릴 수 있다

사고 당시에는 가벼운 후유증처럼 보였지만, 성장 과정에서 언어장애·지적장애·치매·주요 인지장애 등으로 악화된 경우,

장애가 의학적으로 진단되거나, 그 정도가 사회통념상 분명해진 때를 기준으로 소멸시효가 진행한다고 볼 여지가 큽니다.

✅ 2. 이미 한 번 승소하거나, 합의금을 받았다고 끝이 아니다

기판력 판례(80다1671)합의 범위 판례(99다42797)를 살펴 보았듯이, 예전에 소송을 해서 판결·합의를 받은 뒤 수년이 지나 증상이 현저히 악화된 경우, 새로운 손해에 대해 다시 청구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히 있다는 뜻입니다.

✅ 3. “너무 오래되었다”는 이유만으로 포기할 필요는 없다

민법 제766조의에서는 불법행위일로부터 10년,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 이라는 숫자만 눈에 들어옵니다.

그러나 후발손해·확대손해가 문제 되는 사건에서는, “불법행위를 한 날”이 아니라 “손해가 현실적으로 발생한 날, 또는 그 사실을 알게 된 날”을 기준으로 시효를 계산하게 됩니다. 그래서, 예전에 이미 치료비, 위자료 일부를 받았더라도, 그 후 예상 밖의 후유장애가 생겼다면, 전문가와 함께 시효 문제를 다시 검토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6️⃣ 마무리하며

어린이·청소년, 뇌손상·성장판 손상, 치매·인지장애와 같이 시간이 지나야 비로소 드러나는 손해에 대하여, 법원은 단순히 사고 시점만을 기준으로 시효를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손해가 현실화되는 시점을 기준으로 보다 섬세하게 판단하고 있습니다.

과거 교통사고·산재·의료사고 이후 수년이 지난 뒤에 후유장애나 증상의 악화로 고통 받고 계시다면, “이미 너무 오래됐다”는 말만 믿고 포기하지 마시고, 당시 소송·합의 내용, 현재 장애의 정도, 후발손해로 볼 수 있는지, 시효 기산점이 언제로 볼 수 있는지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보실 필요가 있습니다.

이 글에서 다룬 내용이 비슷한 상황에 놓인 분들께 조금이나마 판단 기준과 방향을 잡는 데 도움이 되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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